[보도자료] 메타버스 ‘K-원더랜드’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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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K-원더랜드’는 이제 시작이다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타올랐다. 팬데믹 시대, 많은 인원이 한 공간에 모이기 어려웠던 시기에 메타버스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았다. 세미나, 취업 설명회, 직원연수, 회의, 입학식, 졸업식 등 다양한 모임의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심지어 메타버스 내에서 실제 편의점처럼 상품을 진열하고 편의점 건물 옥상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게임 속에서 착용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을 사고팔기도 했다. 메타버스는 부동산, 창업공간, 편의점, 명품전시장 등 이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영역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듯했다.
K-POP을 필두로 한 한류도 예외는 아니었다. 콘서트, 사인회 등 다양한 K-POP 콘텐츠가 메타버스에 등장했다. 오프라인 공연장이 거리두기와 셧다운으로 고통의 시간을 보냈던 반면, 유명 아이돌 그룹들은 오히려 메타버스 공연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2020년에는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가 포트나이트를 통해 공개되었다. 같은 해 제페토에서 블랙핑크가 개최한 사인회에는 4,600만 명의 이용자가 참여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멤버와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아바타로 구성된 걸그룹 에스파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블랙핑크의 <THE VIRTUAL> 콘서트, 로블록스 플랫폼의 <The NCT 127 Concert Experience> 등 메타버스에서의 한류를 장밋빛으로 물들이는 사례는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고 생성 AI로 관심이 쏠리면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몰락이라고 표현해도 과히 틀리지 않을 정도다. 구글 트렌드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도는 꾸준히 하락하며 현재는 2021년 11월 정점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메타버스 이용자가 응답자의 4%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10대 이하에 국한된다고 보고하고 있다. 한 신문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가장 주목받는 기술 아이디어였던 메타버스가 이제 실패한 기술 유행의 묘지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1)
디센트럴랜드는 한때 13억 달러(약 1조 7400억 원)의 가치로 평가되었지만, 현재는 하루 활성사용자(DAU)가 수십 명 수준에 불과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초 알트스페이스VR을 폐쇄하고 해당 팀 직원 100명을 해고했다. 디즈니는 메타버스 부서를 아예 없앴고, 월마트는 로블록스 기반 메타버스 프로젝트를 종료했다.
이쯤 되면 2003년 6월, 미국 린든 랩이 선보인 초기 메타버스 서비스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의 실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실제 현실처럼 활동할 수 있어 각광받았던 세컨드 라이프의 인기는 이내 시들어버렸다. 이후 출시된 데어닷컴, 웹킨즈 등 다수의 가상세계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메타버스에 대한 세간의 전망도 재빠르게 암울한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적어도 3~5년 후에는 대중화되면서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은 이른바 메타버스 ‘거품론’으로 대체되는 중이다. 실제로 2021년을 전후하여 관련 스타트업들에게 러브콜을 보내던 투자자들은 이제 수익모델이 불분명하다며 등을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쯤 해서 메타버스 거품론이 일게 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엔데믹으로 인한 탓도 있겠다. 그러나 아무래도 주요인은 한탕주의 욕심과 어설픈 사용자 경험의 제공에 있다. 메타버스에 대한 정의를 보면 우리의 욕심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에 메타버스는 나의 분신이 활동하는 가상세계가 진화하여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지는 세계로 간략하게 정의하면 된다. 거기에 거울세계니, 라이프로깅이니, 증강현실이니 운운하면서 온갖 기술들을 가져다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사실 메타버스에 새로운 기술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기업은 주가 부양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확보를 위해 각자 메타버스라는 달콤한 열차에 편승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메타버스라는 개념 자체는 오리무중 속에 빠지고 말았다. 반면 이용자가 기대하는 현실(실재)같은 가상의 구현에는 정작 별 관심이 없었다. 메타버스의 특징으로 누구나 몰입과 상호작용을 꼽지만 이용자들의 실제 경험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 메타버스는 이제 시작이다. 그동안의 ‘메타버스 거품’은 여름철 지나가는 한때의 태풍일 뿐이다. 사람들의 탐욕과 허영이라는 모진 바람에 흔들렸지만 메타버스라는 나무의 뿌리는 튼실하다. 그 근거는 극히 상식적이다.
MZ세대, 특히 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불릴 만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대이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하여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적응이 빠른 그들은 온라인을 통한 소통과 협업에 익숙하며, 부캐를 통해 수직적이 아닌 수평적인 소통을 선호한다. 그들의 이러한 세계관이 모여서 표현되는 곳이 바로 메타버스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 해 ‘미국 내 메타버스 산업 현황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메타버스 5단계 마일스톤을 예상한 바 있다. 현재는 겨우 1단계인 로우 피델리티 메타버스(Low-fidelity metaverse) 단계로, 메타버스 인프라를 축적하고 사용성 개선을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을 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펼쳐질 메타버스 5단계에서는 점차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메타버스를 일상에서 손쉽게 이용하게 될 것이다.
한류는 지금 주지하다시피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류의 한계를 논하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이럴 때 꼭 필요하고 빛을 발하는 게 공공의 뚝심이다. 한류의 지속가능성은 Z세대 혹은 알파세대에 의해 좌우된다. 그들이 지향하는 세계 곧 메타버스를 우리에게 특화된 플랫폼으로 만들려는 공공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에 구축한 한류 메타버스 K-원더랜드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K-원더랜드는 한류를 사랑하는 글로벌 Z세대를 대상으로 새로운 한류 놀이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지난해 말 불과 2개월이라는 짧은 운영기간 동안 165개국, 약 16만여 명이 방문했다. 메타버스에 대한 회의론이 비등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결코 작은 성과가 아니다. Z세대의 메타버스 놀이방식 및 향유 문화 등을 고려한 크리에이터 연계 이벤트, UGC(User Generated Contents) 제작 환경 조성 등은 메타버스에서 누구나 K-스타가 되어 함께 만들어가는 한류 가상세계의 무한 확장성을 기대하게 한다. 더욱이 이용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K-콘텐츠 장르의 다변화, 참여 독려를 위한 프로모션 등 더욱 확장된 2023년 버전의 K-원더랜드 준비에 한창이라는 소식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탐욕의 태풍이 지나간 다음 건재한 나무는 더욱 돋보이기 마련이다. 세계적인 IT강국이라는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변변한 글로벌 플랫폼을 가지지 못한 우리에게 K-원더랜드는 희망이 될 수 있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글로벌 기업이 관망하는 지금이 기회다. K-원더랜드는 자신의 가치관이나 취향을 소비행위를 통해 표현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을 중시하는 Z세대와 알파세대에 더욱 천착해야 한다. 그간 메타버스에 대한 실망감을 들게 했던 NPC(Non Personal Character)와 이용자 편의성의 꾸준한 개선도 필요하다. 메타버스에서 기술이나 비즈니스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며 고객 경험이다. 한류를 넘어 미래의 글로벌 문화 플랫폼을 선점하는 K-원더랜드가 되기를 기원한다.